"머리 말려달라부터 모닝콜까지"… 선 넘은 민원에 무너지는 교실
"아동복지법 '정서적 학대' 조항이 교사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현직 교사들이 교육의 본질을 잃어버린 채,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초등교사노조 강석조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학교 현장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강 위원장에 따르면, 초등교사노조는 서이초 사건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2030 세대 교사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현재 노조의 최우선 과제는 억울하게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교사들을 지원하고, 교사의 일상을 파괴하는 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것이다.
'무고'와 '악성' 사이, 교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현실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체험학습 관련 영상은 현장의 비정상적인 민원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현장 학습 전날의 짝꿍 배치 문제부터 이동 거리, 심지어 학생의 사진 수량과 표정 하나하나까지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교사 개인이 이 모든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구조적 결함을 강하게 비판했다. 학교 내 민원 대응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적인 압박은 교사 개인에게 돌아오는 실정이다. 민원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민원 리스트… "이것이 교육 현장인가"
그가 공개한 민원 사례들은 교육 현장의 상식을 뒤흔든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요구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 학생의 머리를 말려달라는 요구
- 원격 수업 시 교사가 학생에게 모닝콜을 해달라는 요청
- 특정 학생과의 짝꿍 지정 또는 분리 요구
- 장애 학생과의 합석을 거부하는 요구
이러한 요구들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보니, 교사들은 끊임없는 심리적 압박 속에서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서적 학대'라는 이름의 덫, 아동복지법의 역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동복지법상의 '정서적 학대' 조항이 교사들을 겨냥한 무기로 돌변했다는 점이다. 수업 중 잠을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다투는 학생을 제지하는 행위, 심지어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의 손목을 붙잡는 정당한 훈육조차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고 있다.
"교사가 학생을 보호하고 지도하는 당연한 행위가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됩니다. 교사들은 장기간 이어지는 법적 공방 속에서 교육적 자존감은 물론 삶 자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강 위원장은 악성 민원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현장에서 남용되는 아동학대 신고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안전망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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