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아닌 범죄다" 교실 무너뜨리는 악성 민원, 이대로 괜찮은가
김민석 교권상담소장 인터뷰, "무고한 신고와 폭언은 명백한 불법"

스승의 날을 앞둔 교실의 풍경이 예전 같지 않다. 교육 공동체로서 기능해야 할 학교가 일부 학부모의 무분별한 민원과 교권 침해로 인해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민원'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교권 상담을 전담했던 김민석 교권상담소장은 현재의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진단했다. 그는 최근 교육 현장을 뒤흔드는 행위들을 단순히 '악성 민원'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악성 민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과 범죄를 민원의 범주로 인정해 버리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 활동을 파괴하는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
김 소장은 교육부가 사용하는 '특이 민원'이라는 표현 역시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폭언이나 난동, 폭행은 명백한 불법 행위임에도 이를 민원의 영역에 묶어두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 과실이 '전과자' 만드는 사회적 구조
그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촉발한 결정적 계기로 2022년 발생한 속초 체험학습 사고를 언급했다. 과거에는 학교 내 사고에 대해 교사 개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일이 드물었으나, 이 사건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과실만으로도 교직을 잃을 수 있는 형사 책임 구조가 자리 잡았다." 김 소장의 말처럼, 보호자가 교사를 고소하는 순간 사건은 과실 치사·치상으로 변질되며 교사는 전과자가 될 위험에 직면한다. 이러한 공포는 교사들의 교육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과 행복추구권까지 침해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98.4%가 무혐의... 무너진 교사의 자존감
아동학대처벌법의 오남용 역시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지난 10여 년간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사는 약 1만 3,000명에 달하지만, 실제 유죄 판결을 받은 비율은 단 1.6%에 불과하다. 나머지 98.4%는 무혐의나 불기소로 종결되었다.
수치상으로는 교사 50명 중 1명이 신고를 당한 셈이다. 비록 결과적으로 무죄라 할지라도, 수개월간 이어지는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교사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자존감 하락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학교를 '서비스 기관'으로 보는 왜곡된 인식
민원의 범위는 갈수록 교사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고 있다. 학생의 자리 배치나 숙소 배정 같은 사소한 요구부터, 생활기록부의 문구 수정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김 소장은 학교를 '대학 진학을 위한 학원'이나 '서비스 기관'으로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단순 과실에 대한 형사 처벌 면제 법제화'를 제안했다.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교사가 법적 처벌의 공포 없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할 수 있다. 학교가 공적 공동체로서 존중받기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성을 보호하는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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