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아닌데 어쩌라고" 교보위 외면한 교사, 1년 사투 끝에 찾은 진실
"사회봉사 10시간" 처분의 허구성... 제주교사노조, 교보위 구조적 결함 강력 비판

“내가 교사라는 사실이 마치 죄처럼 느껴집니다.”
지난 11일, 제주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 사건의 피해 교사가 언론 앞에서 토로한 심경이다. 그는 지난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했다.
피해 교사의 1년은 증거 수집과 목격자 진술 확보, 그리고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맞선 이의신청으로 점철되었다. 특히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가 해당 사안을 성폭력 범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은 온전히 교사 개인의 몫으로 남겨졌다.
교보위의 미온적 판단, 법원과 엇갈린 결과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생을 지도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강제추행 미수 및 폭행 혐의에 대해 교사는 교보위 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제주시교육지원청 교보위는 가해 학생에게 사회봉사 10시간과 심리치료 12회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분만을 내렸다.
하지만 사법부의 시각은 달랐다. 피해 교사의 끈질긴 이의신청과 보완수사를 거쳐 사건은 소년법원 심판까지 이어졌고, 올해 4월 소년법원은 학생의 혐의를 인정하며 보호처분 결정을 내렸다. 행정 기구인 교보위와 사법부의 판단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교보위에서 성범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제가 진행하는 모든 절차가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증거를 제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7.04%의 교사 위원, 무너진 교권 보호 시스템
제주교사노동조합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보위의 구조적 결함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노조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회의록에 따르면, 교보위의 의사결정 구조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위원 간 단 한 명의 의견 차이로도 처분 수위가 요동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리 검토나 불복 절차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통로가 극도로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제주 지역 교보위 내 교사 위원의 비율은 고작 7.04%에 불과했다. 노조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사 위원의 대폭 확대와 함께 법률 전문가의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교사는 “동료 교사들이 저와 같은 외로운 싸움을 반복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제주교사노조는 교육 당국에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안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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