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뿐인 '기관 대응'... 초등교사 93% "민원 독박"에 신음
정부 대책 무색한 현장 실태, 사설 앱 통한 직접 민원은 여전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 현장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정부는 학교가 주체가 되어 민원을 관리하는 '기관 중심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온도는 정책의 방향과는 정반대였다.
93%의 교사, "우리는 여전히 혼자 싸운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전국 초등교사 9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민원이 발생했을 때 학교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교사 개인이 직접 대응해야 하는 분위기라는 응답이 93.4%에 달했다. 교육부가 약속했던 '기관 대응'의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학교 차원의 지원을 경험했다는 교사는 11.1%라는 극소수에 그쳤다.
무너진 창구 단일화, 개인 앱으로 쏟아지는 민원
정부의 핵심 대책 중 하나인 '민원 창구 일원화' 역시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모양새다. 조사 대상자의 78%는 창구 단일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공식적인 경로 대신 사설 학부모 소통 앱 등을 통해 교사 개인에게 민원이 직접 전달되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사들을 끊임없는 민원 노출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보호 장치가 오히려 '업무 부담'으로 변질된 역설
교사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민원대응팀'이 오히려 교사들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민원대응팀이 운영 중인 학교의 71.5%에서 교사가 팀원으로 참여해 직접 민원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이러한 대응 업무를 교사의 업무 평가에 반영하기까지 해 현장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야심 차게 도입한 학부모 상담 예약 시스템인 '이어드림'의 활용도는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설문에 응답한 인원 중 이 시스템을 이용했다는 교사는 단 2명뿐이었다.
- 민원 창구 단일화 미작동 응답: 78%
- 교사가 직접 응대하는 민원대응팀 비율: 71.5%
- 상담 예약 시스템 '이어드림' 활용자: 단 2명
"제도가 문서상으로 존재하는 것과 현장에서 실제로 기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교사를 민원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체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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